화학물질 안전관리, 사고 이후가 아닌 ‘사전 통제’의 문제다

화학물질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난·안전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화학물질 사고는 대부분 이미 예측 가능했던 위험이 관리되지 않은 결과다. 반복되는 누출, 폭발, 중독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제도와 관리 체계의 공백이 누적된 구조적 재난에 가깝다.
우리 사회는 화학물질을 산업 발전의 필수 요소로 사용해 왔다. 문제는 사용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는 동안, 위험을 통제하는 관리 체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산업단지, 물류창고, 연구시설은 물론 일상생활 속 세정제·살균제에 이르기까지 화학물질은 이미 생활공간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여전히 현장 작업자나 관리자의 부주의로 책임이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화학물질 안전의 핵심은 ‘사고 대응’이 아니라 사전 위험 관리다. 어떤 물질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위험을 내포한 채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다종·소량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 사업장과 지역사회 인접 시설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 화학물질 안전관리는 개별 사업장의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는 공공 안전의 영역이다.
첫째, 화학물질 취급 전 과정에 대한 통합적 위험평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사고 발생 가능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기반의 정보 공유와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사고 사례와 위험 정보를 축적·분석해 정책으로 환류하는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화학물질은 편리함과 위험을 동시에 가진 존재다. 그 위험을 개인의 주의나 현장의 경험에만 맡겨두는 사회는 같은 사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출발점은 사고 이후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고 이전에 위험을 통제하려는 제도적 결단에 있다.
[한국재난안전저널 서광덕 기자 / gdseo@kods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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