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산업은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지만, 동시에 높은 산업재해 발생률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사후 대응을 넘어선 실질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해진 가운데, 건설 현장의 안전 교육은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동안의 전통적인 이론 중심 교육은 낮은 몰입도와 현장과의 괴리로 인해 실질적인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1년부터 법정 의무교육으로 도입된 가상현실(VR) 안전교육은 건설 안전 교육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몰입도와 현실감, 학습 효과에서 합격점
최근 경복대학교 건설교육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VR 안전교육에 참여한 건설기술인 중 89% 이상이 교육이 효과적이라고 응답하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응답자의 95% 이상이 VR 교육이 실제 현장의 위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기존 이론 교육보다 훨씬 몰입감이 높다고 평가했다. VR의 가장 큰 강점은 실제 사고 사례나 극한의 위험 상황을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체험 기반 학습"은 주입식 강의보다 기억에 훨씬 오래 남고(95% 동의), 학습자의 위험 인지 능력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임이 입증되었다. 이는 교육이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형식이 아닌,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안전 수칙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술적 한계와 사용자 수용도의 벽
하지만 VR 안전교육이 현장에 완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여러 기술적·물리적 한계를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어지러움(멀미)과 화면 끊김 현상, 그리고 장비 착용의 불편함이다. 특히 안경 착용자들은 시력 조정과 김 서림 문제로 큰 불편을 겪었으며, 이는 몰입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고령 근로자의 낮은 수용도다. 디지털 기기 조작에 미숙한 고령층은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거나 교육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건설 현장의 인력 구조를 고려할 때,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맞춤형 콘텐츠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 체험을 넘어 시스템으로의 안착을 위하여
VR 안전교육이 일회성 이벤트나 단순한 ‘체험’ 수준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이 요구된다.
첫째, 콘텐츠의 고도화와 현실성 강화다. 현재의 일반화된 사고 시나리오를 넘어, 실제 건설 현장의 복잡성을 반영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환경과 양방향(Interactive) 문제 해결형 콘텐츠가 보강되어야 한다. 둘째, 하드웨어의 사용 편의성 개선이 시급하다. 멀미 저감 기술과 시력 보조 기능, 경량화된 기기 보급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후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다. 교육 이후 실제 현장에서 근로자의 행동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하는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교육의 실효성이 완성된다. 이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정부, 기업, 교육기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정량적인 평가 지표 정립과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VR 기술은 이제 안전 교육 분야에서 단순한 도구를 넘어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촉매제로 자리 잡고 있다. "위험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극한 스포츠뿐 아니라 건설 현장의 진정한 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VR 안전교육을 내실화하려는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한국재난안전저널 오세원 기자 / ohsewon422@kods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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