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는 왜 반복되는가, 산업현장의 구조적 취약성

화학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설명은 익숙하다. “관리 미흡”, “안전수칙 위반”, “작업자 부주의”. 그러나 재난·안전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설명은 사고의 표면만을 다룰 뿐이다. 화학사고의 반복은 일부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현장 전반에 내재된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된 결과다.
우리나라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상당수는 중소 규모다. 다종·소량의 화학물질을 동시에 취급하면서도 전문 안전 인력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위험성 평가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물질 변경이나 공정 변화가 발생해도 관리 체계는 이를 즉각 반영하지 못한다. 사고는 새로운 위험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위험이 방치되면서 발생한다.
문제는 화학물질 관리 체계가 여전히 ‘정상 상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설비 노후, 공정 변경, 외주화된 작업 환경 등 현실의 산업현장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안전관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정비·보수·청소와 같은 비정상 작업 과정에서 사고가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위험을 구조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관리 시스템의 한계다.
또 하나의 취약점은 책임의 분산이다. 원청과 하청, 관리자와 작업자, 기업과 행정기관 사이에서 위험 관리의 주체는 명확하지 않다. 사고 이후에는 책임 소재를 따지지만, 사고 이전에 누가 위험을 통제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예방보다 사후 대응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화학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화학물질 관리의 초점을 단순한 법적 준수에서 실질적인 위험 통제로 옮겨야 한다.
둘째, 중소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기술·인력·정보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비정상 작업과 공정 변화까지 포함하는 동적 위험평가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화학사고는 불운한 예외가 아니다. 관리되지 않은 위험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구조적 신호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개인의 주의에 맡기는 한, 화학사고는 형태만 바꾼 채 계속 발생할 것이다.
[한국재난안전저널 서광덕 기자 / gdseo@kods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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