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서울 도심에서 고령운전자에 의한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교통안전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 도로에서 고령운전자가 몰던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치사율이 일반 운전자보다 2배 이상 높다는 통계를 다시 한번 입증하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 면허 반납률 1%의 가치, ‘사고 203건 감소’
최근 고령운전자 안전 정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전면허 반납률을 1%만 높여도 연간 고령자 사고를 약 203건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현재 면허를 보유 중인 고령운전자의 약 75%는 “지금 당장이 아닌, 더 나이가 들면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이 반납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동권 제한’에 대한 불안감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면허 반납 이후에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지자체 차원의 이동 지원 서비스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노인 안전사고 매년 8% 증가… 구조적 취약성 개선해야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가파르며, 이에 따라 노인 안전사고 역시 매년 약 8%씩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발생한 재난 사망자의 61%가 60세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어 있어, 노인층이 재난과 사고의 실질적인 취약군임이 확인된 상태다.
이러한 수치는 교통사고를 포함한 전반적인 안전 관리 체계의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노년기 신체 기능 저하와 디지털 정보 격차는 사고 발생 시 대처 능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보호’를 넘어 ‘대응 주체’로… 안전 교육 패러다임 전환
단순히 면허 반납을 종용하거나 보호의 대상으로만 삼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노인 스스로 재난과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 역량 강화 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화재, 응급처치, 낙상, 교통안전 등 생활 밀착형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회성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활권 내 커뮤니티 케어와 연계하여 상시적이고 반복적인 안전 실습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 제도적 결단과 사회적 책임 필요
고령운전자 사고는 개인의 운전 미숙을 넘어 초고령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다. 안전 정책 입안자들은 면허 반납률 제고를 위한 유인책과 더불어, 고령자가 사회의 회복력 있는 대응 주체로 전환될 수 있도록 교육과 공간 계획을 통합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이동권 보장과 체계적인 안전 교육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안전한 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재난안전저널 김미숙 기자 / kodsi@kods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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